어떤 영양제를 더 먹어야 버틸 수 있을까.
펼쳐진 공책 페이지 페이지마다 자신이 직접 그린 옛 철학자들의 초상이 가득한 거다.잘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만 남는다.
어느 날 얼룩말이 예고도 없이 서울대공원을 탈출하는 거다.또 다른 누군가가 옆에서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거다.이 모든 일이 다 현실이었다고 되새기는 버스 안.
돈이 없을 때 굴러떨어질 어두운 골짜기를 상상하며.매일매일 살아있는 게 기적이니까.
수많은 그림마다 어린 얼룩말 같은 제목들이 낭자한 거다.
자신을 통제하는 데 실패할 때마다 수치심이 밀려든다.이 세상의 단골은 아닌데.
자칭 엘리트들이 모여 자청해서 무책임해지는 사회에서.그렇다고 남을 착취하기도 싫고.
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.이 우주는 대체로 인간에게 무심하다.